카테고리 없음

번아웃 직장인, 현실 공감 금새록 '카브리올레'

EndingCredit 2025. 2. 19. 14:20
반응형

얼마 전, 반복되는 업무와 혼자만의 고민으로 인해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되어버린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무작정 배낭을 꾸려 떠나곤 했는데, 낯선 곳에서 맞이하는 햇살과 사람들의 따스한 말 한마디가 의외로 큰 위로가 되더군요. 그래서인지 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가 나오면 유독 마음이 동요하는 편인데, 이번에 알게 된 ‘카브리올레’가 바로 그런 제 경험과 맞물려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그저 ‘가벼운 로드무비’ 정도로 생각했던 이 작품이, 막상 들여다보니 번아웃과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 큰 울림을 전해주더군요.


 

카브리올레 포스터

 

조광진 감독이 연출한 ‘카브리올레’는 2024년 6월에 개봉해 일찍이 많은 관객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혹자는 이 영화를 단순한 여행물 혹은 청춘 드라마로 치부하기도 하는데, 사실 이 작품은 더 깊고 진솔한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실제로 주인공 오지아(금새록)가 갑작스러운 흉선암 진단을 받는 장면에서부터, 작품은 삶의 유한함을 실감케 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를 제시하죠. 긍정적이고 활기찬 성격이던 그녀가 미래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끼게 되는 순간, 관객들은 함께 가슴이 아릿해집니다. 흥미로운 건 오지아가 뒤늦게 떠나게 된 전국 일주가 그저 막연한 ‘도피’로 비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여정에서 만나는 박우진(류경수)은 늘 옆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고, 사진작가 김도훈(강영석)은 눈에 보이는 풍경 너머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포착하게 도우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직장 동료 이수진(한예지) 또한 오지아의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면서, 우리가 흔히 깨닫지 못하지만 얼마나 서로가 필요한 존재인지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특히 오지아가 카브리올레를 타고 도심을 벗어날 때 맞닥뜨리는 감정의 해방감은, 번아웃을 겪어본 누구나 공감할 만한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암 진단이 곧 절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일상 속에서 사소한 행복을 찾는 용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되새기게 해줍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저 역시 예전에 혼자 떠났던 여행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어쩌면 저는 목적지보다 ‘떠나는 순간의 해방감’을 더 간절히 바랐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카브리올레’는 무기력과 번아웃에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결국에는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주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결코 거창하지 않지만, 자칫 놓치기 쉬운 삶의 본질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보여주죠. 여러분도 만약 일상에 지쳐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을 때, 오지아처럼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꼭 거창한 여행이 아니라도, 작은 변화가 때론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뒤바꾸기도 하잖아요. ‘카브리올레’를 통해 얻은 용기와 위로가, 여러분의 마음에도 조용히 스며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