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창동 감독의 작품을 처음 접한 건 대학 시절, 작은 예술 영화관에서 박하사탕을 보았을 때였습니다. 당시 저는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주인공의 절규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동시에, 단순 오락용 영화를 넘어 인간의 본질과 사회적 구조를 이토록 날카롭게 묘사할 수도 있구나 하고 놀랐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이창동 감독은 제 영화 취향에 큰 변화를 가져다준 인물이 되었습니다1. 대표작 및 작품 세계그의 대표작을 간략히 살펴보면, 초록 물고기에서 범죄조직에 휘말리는 청년을 통해 사회의 어둠을 그렸고, 밀양과 시는 한 개인의 아픔을 극도로 섬세하게 표현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버닝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을 원작으로 삼아, 감정의 미묘한 파동과 불투명한 ..